제빵제과라는 직업을 생각하면서 유니폼을 있고 예쁜 모양의 각종 빵과 디저트를 구워내는 모습을 연상하며 그럴 듯한 직업이겠거니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다 구워져서 봉투에 담긴 빵들이 진열된 베이커리에 가서 돈 주고 산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그 이전의 모든 과정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배달되는 50 파운드나 되는 밀가루와 그에 버금가는 무거운 설탕 등의 각종 무거운 재료들을 들고 날라야 합니다. 쇠로 된 큼지막한 팬들 위에 반죽된 것들을 위치시키고 집어 넣어야 하고, 다 된 것을 빼서 이동식 카트에 넣고 그것을 운반해야 합니다. 아침식사를 위해서 제과점을 찾기에 남들이 자는 시간에 일어나서 출근하여 이 모든 작업을 해야 하는데, 아내가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저는 객관적으로 이 일을 바라보지 못하고, 주관적으로만 생각하여 제빵제과 일은 멋지고, 그럴 듯한, 별로 힘들지 않은 일로 여겼습니다.

성경공부 중 한 성도님께서 여행 중 벌어졌던 갈등을 통해서 예배와 성경공부에 빠지지 말 것을 결단하게 되었다는 간증을 나눠주셨습니다. 물론 예배나 성경공부를 빠진다고 해서 하나님께서 벌을 주고 하는 주술적인 차원에서 말씀을 나누신 것이 아닙니다. 벌어진 사건에 대해 자신의 신앙을 중심으로 조명하고 고백하는 그 모습이 중요합니다. 신앙은 이처럼 주관적인 고백을 끌어냅니다. 신앙인이라면 하나님과의 관계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며, 그 관계 속에서 고뇌하며 벌어진 일들과 앞으로의 방향 등을 살피게 되는데, 객관적 잣대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일을 곱씹던 중 예수님의 장례를 준비한 여러 명의 사람들의 모습이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죽었다 살아난 나사로의 여동생 마리아는 지극히 비싼 향유를 부어 예수님의 발을 적시고, 자신의 머리털로 발을 닦았습니다. 아리마대 사람 요셉은 선하고 의로운 공회원이라는 칭송을 받던 자입니다. 그래서 고위 정치가를 대면할 만한 권력과 자격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빌라도를 찾아가 예수님의 시신을 달라고 요청한 후 니고데모가 가지고 온 몰약과 침향 섞은 것을 예수님의 시신과 함께 넣고 준비한 세마포로 쌓았습니다. 그리고 한 번도 무덤으로 사용된 적이 없는 곳에 예수님의 시신을 넣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여인들도 향품과 향유를 준비하여 무덤으로 향했습니다.

향유를 부은 마리아를 보고, “저 귀한 것을…” 하며 아까워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죄인이라는 이유로 처형된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사비를 털어 무덤을 할 만한 곳을 구입하고 그의 장례를 위해 세마포와 몰약과 향품과 향유 등의 장례준비를 위한 용품들을 구입하는 사람들을 보며 “뭣 하러 저런 쓸 데 없는 짓을 하느냐”며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장례를 준비하는 것은 그들의 주관적인 신앙고백이 바탕이 된 행동입니다. 그런 그들을 어리석다 하며 비웃는 것은 객관적인 판단이 바탕이 된 언행입니다. 신앙은 하나님과 나 자신 사이의 관계 속에서 나의 입술과 몸짓으로 고백하는 역동적인 것입니다. 비록 객관성이 떨어지더라도 하나님과의 관계에 우선권을 두는 일이 신앙입니다. Remain Bl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