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천사 지만이 이곳에 쉬다.’ 일산 기독교인 묘지에 있는 동생의 묘비명입니다. 어린 생명을 제대로 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보내야 했던 가족의 처절함은 부디 하늘나라에 가서나마 편히 쉬었으면 하는 바람을 돌에 새겨 넣게 했습니다. 

  성희가 결국 하늘나라에 가고야 말았습니다. 달을 채우지 못하고 태어나 인큐베이터 신세를 져야 했고, 피부가 없어서 온몸은 붕대로 감겼고, 소화 기능이 막힌 채 세상에 나와 엄마의 젖 한 번 제대로 물지 못했습니다. 많은 성도들이 어린 생명을 위해서 기도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여러 목회자들이 간절히 하나님께 매달렸습니다. 살려달라고 회복시켜 달라고… 그러나 성희는 가족과 눈 한 번 맞춰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습니다.

  “한 말씀만 하시옵소서!” 남편을 암으로 잃은 지 몇 달 지나지 않았는데, 4녀 1남의 그 아들이 서울대 의대에 들어가 인턴생활 하며 의사가 되는 꿈에 성큼 다가갔는데, 왜 그런 아들을 교통사고로, 그것도 당직 서는 날 데리고 가셨는지 고 박완서 씨는 하나님께 물었습니다.

“한 말씀만 하시옵소서!” 30여 년 전 동생의 죽음 앞에서 던진 저의 질문이었고, 지금 성희의 죽음 앞에서 던지는 저의 질문입니다. 하박국은 죄가 창궐하고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의인들은 환난을 당하나 하나님은 부재인 현실 앞에서 신앙의 딜레마에 직면하며 처절한 외마디 비명을 지릅니다. “어찌하여?” 생명을 주심도 거둬가심도 하나님의 주권이거늘, 무기력한 분노가 죽음 앞에 선 우리를 셀 수 없이 무너뜨립니다.

찢어진 가슴을 위로할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눈물을 함께 흘릴 뿐입니다. 너덜너덜 해진 가슴으로 “고통의 순간을 지나올 때마다, 내가 그렇게도 원망할 하나님이 계셨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던 고 박완서 씨의 말을 곱씹을 뿐입니다. “왜 당신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질문하지는 않는가?”는 수녀님의 우문현답을 되 뇌이며 원망으로 찌든 마음을 씻을 뿐입니다.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동문서답 같은 믿음으로 나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짓밟혀 꺾여버린 희망을 다시 세울 뿐 다른 방법은 없네요. Remain Bl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