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이장님이 나타나는 곳에는 커다란 짐자전거가 있었습니다. 시골에서는 자전거가 유일한 운송수단이었습니다. 물론 경운기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자전거를 이용해 쌀 등의 물건도 싣고, 아내와 자녀들까지 커다란 짐칸이 장착된 자전거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이장님은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이집저집 구석구석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살핍니다. 이장님의 자전거 순찰은 누구네 집에 소가 몇 마리 있고, 돼지가 새끼를 몇 마리 낳았는지도 살피고 기억하게 하며, 읍, 면, 군 등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들도 전달합니다.
제 기억에 저는 자전거를 쌀을 싣던 큰 자전거로 배웠습니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패달을 연결하는 가운데 축 앞뒤 상단으로 역 삼각형 모양의 뼈대 사이로 한 다리를 넣고, 패달을 돌리지 못하니 툭툭 위아래로 치면서 자전거를 이동시켰습니다. 물론 손은 간신히 손잡이를 잡고서 말입니다. 워낙 무거운 자전거이기에 중심을 잃으면 얼른 자전거를 팽개치고 안 다치려고 몸을 날립니다. 불쌍한 시골 자전거는 그렇게 어린 아이들에 의해 논두렁으로 수도 없이 곤두박질 쳤습니다.
한 달 전 정도 개인전용 이동수단을 구입했습니다. 자동차가 한 대이다 보니 여러 모로 불편하기도 하고,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것 등을 고려해서 뒤에 의자가 달린 것으로 하나 장만한 것입니다. 패달을 힘차게 밟으며 교회를 향하던 첫날 저는 마치 마을 이장이 된 듯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전거가 매개체가 되어 과거 시골에서의 생활을 연상하게 된 것입니다. 프로이드의 표현을 빌리자면, 저의 개인 무의식 속에서 잠자고 있던 한 기억을 자전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