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공부하면서 어린 시절 밤길을 따라오던 공포스러운 그림자를 생각하며 왜 그림자를 만드셨냐고 물었습니다. 그림자는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항상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빛이 있는 곳에 그림자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림자는 빛이 비취는 곳 반대편에 있습니다. 우리가 빛을 바라볼 때에, 우리의 얼굴이 빛을 향할 때에 그림자는 더 이상 우리의 시야에 없습니다. 빛을 등질 때에라야 우리는 그림자를 보게 됩니다. 어두운 밤길 가로등 불빛을 등지고 걸을 때 그림자가 생기고, 가로등에서 멀어질수록 그림자는 점점 더 길어집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사도바울은 이 그림자를 짊어지고 오르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말미암아 빛이 들어왔고 생명이 들어 왔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십자가를 자랑한다는 바울의 말은 바울이 자신이 가진 문제에 직면했고, 그 문제가 해결되어 이제는 그 문제를 해결한 십자가가 자랑스럽다는 말입니다. 여러분은 이틀간의 수련회를 통해서 여러분의 성격이 어떤 성향을 지니고 있는지를 배웠고, 성격이 갖고 있는 장단점에 관해서 배웠습니다.

성격이 갖는 집착과 회피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그림자 드리운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림자가 드리우면 우리도 모르게 그림자와 대면하지 않으려는 방어기제가 튀어나옵니다. 수련회 때 나눠드린 도표를 잘 확인하면서 각 유형이 갖는 집착과 회피 그리고 방어기제의 내용을 숙지하시기를 바랍니다. 넘어서야 합니다. 예수께서 그 참혹한 십자가를 이를 악물고 견디며 넘어섰던 것처럼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대면해야 할 것은 대면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고 죽이는 일에 가담한 자가 어찌 그리스도를 위한 일꾼이 될 수 있었겠습니까? 바울은 대면했습니다. 그가 비난하고 침뱉던 예수가 짊어진 십자가의 의미와 대면했습니다. 그리고 집착과 회피의 기제로 돌돌 말린 인생을 박차고 나갔습니다. 고통과 비난과 죽음의 공포가 드리운 십자가의 그늘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인생에서 돌이켜서 이제는 빛나는 십자가의 환희를 바라보는 인생으로 바뀌었습니다. 우리도 그럴 수 있습니다. 십자가의 능력, 그것이 비결입니다.